테마, 밑줄 긋기
에너지를 깨우는 이 시대의 감성 소통
‘하.이.터.치’
글. 이치민(HR컨설턴트, <리더의 하이터치> 저자)
디지털 세계로의 급속한 전환 가운데 경험한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사회의 커다란 충격이었다. 미래에 대한 예측은 더욱 어려워졌고, 누구 하나 예외 없이 불안한 일상을 보내게 되었다. 그 어느 때보다 ‘심리적 안전감‘이 필요하다. 시비 다툼의 논쟁보다, 긍정 감정을 먼저 이끌 수 있는 공감적 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변화의 충격은 일터가 훨씬 크다. 우리 일터에는 기존의 매뉴얼과 고도화된 프로세스로 처리하기 어려운, 예외적이고 비정형적인 이슈들이 급증했다. 리더의 전문성이나 과거의 경험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생겨났으며 담당자 한 명 또는 특정 부서의 노력으로 개선하기 힘든 복잡한 문제들이 증가했다. 집단지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협력하는 소통의 기술이 중요한 시대인 것이다.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리다!

변화된 환경의 소통 방법은 달라져야 한다. 구성원들의 관계도 서로 공유하는 것이 많았던 과거 고맥락 문화(High Context Culture)에서는 ‘눈치와 염치’를 토대로 ‘알아서 잘’ 대응해 왔다. 리더와 선배는 전문성과 경험에서 오는 권위에 따라 결정한 ‘답’을 따르도록 일방적으로 지시했다. 속도가 중요했기 때문에, 다른 생각이나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것으로 간주했다. 침묵과 복종을 미덕으로 여겼다. 개인적 희생이 따르더라도, 집단의 목표 달성과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 Edward Hall(1959), 침묵의 언어

이제는 이질적인 요소가 훨씬 많은 저맥락(Low Context) 상황으로 바뀌었다. 직무도 세분화되고, 고용관계도 훨씬 복잡해졌으며, 수평 조직으로 전환되면서 그동안 담아왔던 각자의 목소리가 커졌다. 구성원들의 이해충돌과 갈등을 조정하고, 합의를 이끄는 과정은 더욱 어려운 셈이다. 상사와 동료를 경쟁자와 적으로 인식할 가능성도 커졌다. 현재의 저맥락 상황에서는 과거의 방식으로 소통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자신의 솔직한 의견을 당당하게 표현하도록 허용하고, 존중해야 한다. 상대방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사안에 대해서는, 양방향 소통과 참여적 의사결정 기회를 구체적으로 제공해 주어야 한다. 과거보다 ‘명확성’을 높이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인간과 사회가 지속되는 한 변하지 않는 속성인 ‘심리적 공감’에서 해결점을 찾아보자. 2천 5백 년 전의 고전과 경전의 이야기(Story)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문화적 차이와 상관없이 세계인으로부터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사실과 객관성에 주목한 ‘물리(物理)’와 ‘논리(論理)’보다, 상상과 주관에 속한 ‘심리(心理)’가 훨씬 강력하고 변하지 않는 속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소통 상황에 적용하면, 상대방의 심리적 안전감을 높일 수 있는 존중(Respect)과 인정(Recognition)을 표현하는 기술은 변함없이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일터에서 상대방에 대한 존중감을 토대로 명확성을 높이는 하이터치 소통 방법을 소개하겠다.

CHAPTER. 1 상대방과의 라포(Rapport) 형성이 우선이다!

불안이 보편적 정서라는 점을 고려해서, 상대방의 방어기제가 작동하지 않도록 미리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s)란 모든 생명체가 갖고 있는 생존 반응으로, 외부의 자극이 자신에게 위험이라고 인식되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동으로 반응하는 메커니즘이다.
모든 인간은 외부의 자극이 ‘자신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계산한다. ‘좋아? 싫어?’라는 감정적이고 직관적인 판단을 무의식적으로 내리게 된다. ‘맞아? 틀려?’라는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판단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일단 ‘좋아’라는 인식이 들면 ‘맞아’라는 판단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대화의 상대방이 ‘안전하다’, ‘믿을 만하다’는 인식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상대방과의 긴장 관계를 편안하게 이완시키고, 생각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었다면 ‘라포(Rapport)’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라포는 프랑스어로 ‘다리를 놓다’라는 의미다. 심리학에서는 상대방과 어느 정도 상호 신뢰 관계가 형성되었을 때를 지칭한다. 높은 수준의 신뢰는 아니더라도, 상대방에 대한 방어기제를 제거하고 ‘중립적 또는 친근함을 갖는 수준’은 되어야 한다. 그래야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신뢰 관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구체적인 실천 방법으로 ‘표정, 말투, 반응’에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거울은 절대 먼저 웃지 않는다!

미소는 빠르게 전염되는 속성이 있다. 기분이 좋아서 웃을 수도 있지만, 먼저 웃으면 긍정 감정이 자연스레 일어난다. 미소를 넘어 악수와 하이파이브, 손을 들어 상대를 인정하는 제스처를 사용하는 것은 신뢰를 쌓는 데 효과적이다.

나의 배꼽 방향을 맞춰라!

상대방과 눈을 맞추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배꼽 방향이 상대방을 향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몸의 방향을 완전히 틀어서 온전하게 집중하고 경청하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존중의 언어를 사용한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표현할 수 있는 ‘적합한 호칭과 경어’를 사용해야 한다. “맞아요! 그리고~”, “저도 그런 생각이 듭니다”, “많이 속상하셨겠네요” 등 상대를 인정하고 공감하고 있다는 표현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CHAPTER. 2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지 않도록 명확하고 솔직하게 소통하라!

‘상대방은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모를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접근해야 한다. 상대방이 무관심하거나 무지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저맥락 사회인 서양의 매뉴얼을 보면, ‘뭐 이런 거까지 설명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하다. 이 점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정확한 숫자로 전달하라

업무적 소통을 할 때는, 주관적 해석의 여지를 줄이기 위해서 ‘숫자’로 전달한다. ‘2일 후인 7월 7일까지 완료해 주세요’, ‘15:30까지는 보고해 주세요’라고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이 좋다.

이미지로 보여줘라

상대방이 결과물을 짐작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이미지를 제시한다. 샘플이나, 기존 결과물을 직접 보여주며 설명하는 것이 주관적 해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소통 상황에 따라 자신의 감정과 원하는 기대치를 솔직하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프로이트는 인간 정신을 빙산 모델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빙산의 특징은 수면 위에 드러나 관찰과 측정이 가능한 부분은 전체 중의 5% 미만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수면 아래 잠겨 있다는 점이다.

이를 소통 상황으로 이해하자면, 수면 위의 드러난 부분은 상대방의 ‘말과 행동’으로 사실(Fact)로 볼 수 있으며 파도가 칠 때 조금씩 드러나는 부분은 상대방의 ‘감정(Feeling) 상태’이다. 수면 아래 잠긴 부분은 상대방의 ‘의도에 해당하는 동기와 가치’로 관심사(Focus)이다. 그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소통을 효과적으로 이끌 수 있다.

이감정과 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나(I) 메시지’

“저는 그때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저는 정말 고마웠습니다”, “저는 이번에 꼭 ## 했으면 합니다”, “제 입장에서는 ##이 좋더라고요” 등 내 입장에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반대로 ‘You(너) 메시지’를 사용하면, 자칫 상대를 질책하거나 비난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텍스트의 오류를 이모티콘으로 막자!

비대면 상황에서도 종종 마음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텍스트로만 전달될 때 다소 딱딱하거나 무미건조해 보일 수 있는 메시지 대신 이모티콘을 활용해 보자. 간결하지만 ‘감정 소통’을 오류 없이 전달하도록 돕는다.

하이터치 소통 방법의 실천이 어렵다고, 누군가에게 긍정에너지를 주기 어렵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무재칠시(無財七施)’라는 불교 용어가 있다. 돈을 들이지 않고도 타인에게 아낌없이 베풀 수 있는 7가지를 이르는 말이다. 밝은 미소, 공손하고 아름다운 말, 양보하는 마음, 따뜻한 눈빛, 친절한 태도, 자리 양보, 편안히 쉴 공간 제공하기를 의미한다. 우리의 일터와 삶터에서, 실천할 때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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