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변화를 입다!
패션으로 보는 기후 위기
기후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영역은 ‘패션’이다. 점점 더워지며 옷차림은 한층 가벼워지고 극한 기후에 대비하는 기능성 옷은 일상이 됐다. 꾸준히 지켜오던 체면과 규범보다 실용성을 우선하는 흐름도 뚜렷하다. 기후 위기가 바꿔 놓은 우리의 의복 생활을 짚어본다.
그간 중장년층 여성의 필수템으로 여겨졌던 양산이 ‘국민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체감 온도가 40도에 육박할 만큼 유독 찜통 더위를 자랑했던 올 여름, 도심 곳곳에서는 양산을 쓴 남성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따르면 7월 초 기준, 남성의 ‘양산’ 검색 건수가 전년 대비 10배 증가하기도 했다.

양산 디자인에도 변화가?

양산이 남녀노소 ‘생존템’으로 자리 잡게 되며, 누구나 사용하기 좋은 깔끔한 디자인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화려한 레이스 장식과 파스텔 색감에서 벗어나, 무채색 양산을 폭넓게 선보이고 있다.
재조명된 일본의 ‘삿갓 양산’

2020년 도쿄 하계 올림픽 당시, 도쿄도 지사는 특수 소재의 삿갓형 양산을 소개했다. 당시에는 “촌스럽다”는 혹평을 받으며 많은 이들의 비웃음을 샀지만,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다시금 화제가 되며 ‘시대를 앞서간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로나 이후, 엄격한 복장 규범으로 유명한 뉴욕 월스트리트에도 ‘비즈니스 캐주얼’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100년 넘게 격식 있는 정장과 넥타이 차림을 고수해온 월스트리트에서 ‘반바지’는 여전히 허용하기 힘든 복장이었다. 그러나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자, 그 금기를 깨고 반바지를 입은 채 출근하는 금융인들이 점점 늘고 있다.

합리적 변화 VS 품위 훼손

오랜 시간을 유지해온 복장 규범인 만큼, 달라진 복장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복장이 금융인의 전문적인 이미지를 훼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릎 위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길이와 깔끔한 소재의 ‘드레스 쇼츠(dress shorts)’를 타협안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여러 브랜드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 출근룩으로 활용하기 좋은 반바지 수트를 출시하고 있다.
짧아진 봄·가을로 인해 계절의 경계가 흐려지며, 기존 S/S, F/W 등의 시즌 사이클이 무의미해졌다. 이에 패션 업계는 계절의 구분이 없는 ‘시즌리스(Seasonless)’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변덕스러운 ‘기후’ 변화에 유연하게 대비하기 위해 UV 차단, 쿨링, 발열 등의 기능이 강화된 ‘기능성 제품’도 주력으로 내세우는 추세다.

폭염일수록 카디건이 인기?

역대급 폭염에도 한쪽에서는 오히려 겉옷 수요가 급증하는 ‘역설’이 일어나기도 한다. 날이 더울수록 과도한 냉방으로 지하철이나 사무실 등, 실내에서 추위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오락가락한 날씨와 함께 실내외 기온차도 커, 예비용 겉옷은 여름의 필수품이 됐다.
가을 대표 ‘트렌치코트’를 넘어선 실용적인 아우터!

트렌치코트를 대표하는 브랜드 ‘버버리’는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부진에 빠졌다. 착용 시기인 가을까지 폭염이 이어지거나, 급격한 추위가 나타나면서 판매 기간이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패션 브랜드들은 ‘셔켓(셔츠형 재킷)’이나 경량화 아우터, 내피 탈부착 아우터 등 레이어드가 용이하고 활용 계절이 긴 제품을 출시하며 ‘실용성’으로 승부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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