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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umn 2024
ECO 트렌드

나 자연으로 돌아갈래~
‘친환경’을 입은 장례문화

이제 환경 보호의 영역은 ‘죽음 이후’로까지 확대됐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바로 ‘친환경 장례’에 대한 얘기다.
흙 속부터 바다, 우주까지 넘나드는 이색 장례문화를 소개한다.

미국의 한 보험사는 미국인 6000명을 대상으로 ‘가장 선호하는 대체 매장법’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전체의 20%가 ‘친환경 매장’을 선택했다. 5명 중 1명은 환경을 보호하는 장례법을 택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응답자들은 ‘녹색 매장’을 가장 선호했으며, ‘퇴비장’, ‘캡슐수목장’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흙으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순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라 볼 수 있다.

흙으로 돌아가는
녹색 매장 & 퇴비장

녹색 매장은 일반 매장이나 화장과 달리 시신에 화학 처리를 하지 않는다. 자연적인 상태의 시신을 생분해성 관에 넣고 매장하면 시신과 관은 전부 분해되어 흙으로 돌아간다. 퇴비장은 녹색 매장과 유사하지만, 미생물이 활동하기 좋은 조건 속에 시신을 넣고 약 한 달간의 분해 과정을 거쳐 거름화하는 방식이란 점이 다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현재까지 8개 주에서 퇴비장을 합법화했다.

▲ 캡슐라 문디(Capsula Mundi_출처: CNN)
▲ 인공 암초(출처: Memorial Reefs International)
또 다른 생명과의 공존
캡슐수목장 & 산호장

캡슐수목장은 이탈리아의 부부 디자이너가 제시한 매장법으로, 달걀 모양의 생분해성 캡슐 속에 시신을 태아 형태로 넣고 매장하는 방식이다. 캡슐의 끝부분에는 묘목과 나무 씨앗이 함께 심어지며, 후에 분해된 시신은 나무에 영양을 공급한다. 산호장은 유골을 봉인하여 인공 암초 속에 보관하는 방식이다. 인공 암초는 산호가 서식할 수 있으며, 무지개 해파리나 녹색 바다거북 등 다양한 해양생물의 휴식처가 되기도 한다.

과학과 죽음의 만남
버섯 수의 & 수분해장

버섯 수의는 버섯 균사체를 포함한 생분해성 물질로 만들어졌으며, 시신이 부패하면서 발생하는 독소를 제거한다. 실제로 미국의 배우 ‘루크 페리’는 그의 유언을 따라 버섯 수의를 입고 매장되었다. 수분해장은 알칼리 성분의 물로 시신을 용해한 뒤 열을 가해 화장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2022년부터 반려동물 장례에 한해 이를 허용했다.

▲ 우주장(출처: BuzzFeed News)
미지의 영역 탐구
우주장

우주장은 인공위성에 탑재된 유골이 지구로 재진입하면서 타오르는 ‘지구궤도 우주장’, 수십~수만년 동안 깊은 우주를 비행하는 ‘심우주 항해장’, 달 탐사선을 이용해 달 표면에 영구적으로 보존하는 ‘달 표면 월면장’, 우주로 쏘아 올린 후 몇 분 뒤 다시 귀환하는 ‘성층권 하늘장’으로 나뉘며, 기본적으로 우주를 향해 유골을 쏘아 올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무관 VS 친환경 관

친환경 장례문화에 따른 이색 관도 있다. 바로 ‘종이관’. 일반적인 나무관은 여러 화학약품을 사용하여 분해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화장을 할 때는 그을음과 유해가스를 발생시킨다. 그에 반해 종이관은 본드 작업과 니스 칠을 하지 않아 화장 시
발생하는 유해물질을 최소화한다. 빠른 소각 시간도 장점이다. 30분이 소요되는 나무관에 비해 종이관은 10분이면 된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이미 종이관 사용이 활발하다. 국내의 경우, 2022년 한 기업에서 특허 기술을 적용한 특수 펄프 종이관 상용화에 나서기도 했다.

▲ 버섯관(Living Cocoon / 출처: MITECHNEWS)

네덜란드의 바이오테크 스타트업에서 개발한 ‘버섯관’도 새로운 대안이 된다. ‘살아있는 고치’라는 이름을 가진 버섯관은 내부에 균사체, 식물 뿌리, 각종 미생물 등을 갖추고 있어 흙 속에서 분해되기까지 약 30~45일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게다가 버섯관 속에 묻힌 시신은 약 3년에 걸쳐 완전히 분해되고, 관에서 자란 버섯은 토양 오염을 정화한다.

장례식장에서 일회용품이 사라진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일회용 접시의 20%가량이 장례식장에서 사용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한 해에 전국 장례식장에서 배출되는 일회용품 쓰레기는 3억 700만 개, 무게로는 2300톤이다. 이에 서울의료원은 2023년 7월, 장례식장에 다회용기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지자체 중 최초로 지역 내 모든 장례식장에 다회용기 도입을 시행한 춘천시는 7개월 만에 무려 10톤의 일회용품을 감축했다. 이 외에도 전국 곳곳에서 ‘일회용품 없는 장례식장’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며, 다회용기 사용을 위한 공공세척장까지 들어서고 있다. 장례식장 내 다회용기 사용은 현재로서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 장례문화’다. 이를 시작으로 국내에도 더 많은 장례문화가 제시되고 정착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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