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진심

광주 아너 200호
광주동물메디컬센터 송정은 대표원장
살릴 수 있다면 끝까지 간다

생명을 살리는 일에는 타협이 없다. 송정은 원장은 수의사 역할을 넘어 ‘끝까지 살리는 일’을 삶의 기준으로 삼았다. 누군가는 불가능하다 말하고, 대다수가 무심히 지나치는 순간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치료가 닿지 않는 섬으로 향하고, 공혈견의 처우 개선을 위해 반려견 헌혈 캠페인을 이끌었다. 그는 지금도 같은 기준으로 움직인다. 살릴 수 있다면 끝까지 간다.

 강보라     사진 김기남

송정은 원장의 활동에는 약자를 향한 따뜻한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헌혈 캠페인으로 귀한 생명을 살리다
송정은 원장이 운영하는 광주동물메디컬센터는 광주·전남 최초의 2차 동물병원이다. 지난 10년간 중증·응급 반려동물을 24시간 진료하는 체계를 구축하며 지역 거점 병원으로 자리해왔다. 수익보다 생명에 대한 사명감으로 이어온 시간이었다. 현장에서 마주한 문제의식은 자연스럽게 공익 활동으로 이어졌다. 살릴 수 있는 생명인데도 불구하고, 혈액이 없어 치료를 이어가지 못하는 상황. 그는 이 문제점을 외면하지 않았다. 2019년부터 시작한 헌혈견 캠페인이 그 해답이었다. 대형견이 정기적으로 헌혈 봉사에 참여하고, 수혈이 필요한 동물에게 즉시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갔다. 응급 상황에 대비한 지역 커뮤니티도 함께 구축했다. 이러한 시도는 단순한 치료를 넘어 동물 의료 환경 자체를 바꾸는 움직임이었다. 헌혈 문화가 자리 잡기 전에는 ‘공혈견’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혈액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눈앞에서 놓치는 생명도 있었고, 혈액 공급을 위해 평생을 뜬장(철조망으로 만든 공중에 뜬 장)에서 살며 피를 뽑히는 공혈견도 있죠. 경제 논리로 동물이 희생되는 구조를 바꾸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그 시작에는 병원의 마스코트인 잉글랜드십독 ‘산동이’가 있었다. 광주 착한펫 7호이자 헌혈견으로 활동한 산동이는 한창때 한 번의 헌혈로 2~4마리의 생명을 살리는 역할을 해냈다. 지금은 헌혈견에서 은퇴했지만, 그 작은 시작은 더 많은 헌혈 봉사견을 부르는 불씨가 되었다.
의료가 닿지 않는 3,677개 섬을 향해
구조는 함께 할 때 이뤄진다. 작은 생명들의 수호자 3677동물구조대 모습
대한민국의 3,677개 섬에는 동물병원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기된 동물, 치료 시기를 놓치고 방치되는 생명들,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아 계속 늘어나는 개체 수 등 복합적 문제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섬 주민들 중에도 동물을 가족처럼 아끼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잘 키우는 방법을 몰라서 동물의 수명이 단축되는 경우를 마주할 때 가장 안타깝죠.”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을 해결하고자 동물보호단체 ‘라이프(LIFE)’는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섬 동물들을 직접 찾아가는 ‘3677동물구조대’를 출범했다. 이곳에서 응급대장으로 활동하는 송정은 원장은 한 달에 많게는 세 차례 전국 각지의 섬을 찾아 포획, 중성화 수술, 치료 등을 진행한다. 한 번에 20~40마리의 수술을 집도하며, 주민들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과 심장사상충 예방 및 올바른 반려 방법에 대한 교육도 병행한다. 군사시설이 있는 소청도에서는 해병대와 협력해 포획과 이동을 나누어 하고, 지역 관공서와 주민들의 도움 속에서 구조 활동을 벌인다. 의료 봉사에 사비를 들이기도 하지만, 도움의 손길에 늘 감사하다고 말한다. 송정은 원장의 발걸음은 언제나 같다. 손길이 필요한 곳으로, 그리고 살릴 수 있는 생명을 향해.
구조 활동 초기, 사비를 들여 치료에 나섰고 수많은 생명을 살려냈다.
약자를 대하는 태도가 사회의
성숙도를 결정한다
오랜시간 동물 복지에 헌신한 송정은 원장은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공존을 강조한다.
“펫티켓은 더 이상 반려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서 모두가 함께 인식하고 지켜야 하는 문화로 발전해야 하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는 배변 처리, 목줄 착용,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의 관리 등 기본 책임이 따르지만, 한쪽의 책임만으로는 공존이 완성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일상에서 수많은 갈등과 마주해왔다. 통제되지 않는 반려동물, 동의 없는 접근에서 시작되는 오해,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기는 불필요한 분쟁들. 결국 문제는 ‘이해의 부재’였다. 그래서 교육을 선택했다. 보호자를 위한 산책 문화 교육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인식 개선 교육까지 직접 나서고 있다.
“성숙한 문화는 교육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배려도 알고 있을 때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지자체 차원의 장애인 반려동물 보험 지원을 제안하며, 동물 복지와 사람 복지의 연결을 꿈꾼다.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의 반려동물도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약자를 대하는 태도는 배려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성숙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나눔은 사람을 따라 흐른다
광주 200호 아너인 송정은 원장의 가입은 2010년 광주 1호 아너 탄생 이후 이어진 지역 나눔이 200번째 결실을 맺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그의 가입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주변에 아너로 가입한 지인이 많았죠.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 곁에 있으니 결국 영향을 받게 되더라고요.(웃음)” 송 원장은 가입식에 두 명의 지인을 초대했다. 자신이 느낀 감정을 그들에게도 전하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그들에게 예비 아너 ‘211호, 212호’라는 별칭을 붙여주었다. 장난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의도가 담겨 있었다.
211호로 불린 지인은 창업을 준비하던 사무실 번호가 ‘211호’였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송 원장의 나눔 권유를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나눔은 단순한 설득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사람을 통해 번지고, 마음에 닿을 때야 비로소 실천으로 이어진다. 송 원장은 가입식에서 축하하러 온 기존 아너들의 얼굴을 보며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말한다.
“나이도 다르고,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지만, 같은 표정을 하고 있더라고요. 진심으로 행복하고 당당한 얼굴이었어요. 선한 인상에 안심이 되는 기분이 들었죠.”
송정은 원장은 그때 확신했다. 나눔은 누군가를 돕는 일을 넘어 자신의 삶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