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MARTER
지금, 얼마나 몰입하고 있나요?
디깅 모멘텀

A씨는 뮤지컬을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배우의 작품은 모두 관람했고, 한 작품을 여러 번 보는 ‘회전문 관람’을 한 적도 있다. 뮤지컬 넘버(노래)를 모은 LP를 구입한 것은 물론 작품의 원작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도 두루 섭렵했다. 또 온라인 게시판에 자신과 같은 취미를 가진 이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A씨는 스스로를 뮤지컬 ‘덕후’이며 자신이 하는 행위는 ‘덕질’을 한다고 생각한다.
디깅 모멘텀(Digging Momentum)은 모르더라도 ‘덕후’라는 단어는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이르는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표현이다. 사회성이 결여된 사람을 비하하는 의미를 내포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특정한 분야에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지닌 이들을 지칭하는 단어로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에 깊게 파고드는 현상을 디깅 모멘텀이라고 한다.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가 쓴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등장한 단어다. 이전에는 어떤 분야에 파고드는 디깅 모멘텀 문화가 일부 마니아들 사이에 이루어졌다면 최근에는 누구나 각자 좋아하는 분야에 몰입하는 것이 대중적인 트렌드가 되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실내생활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은 각자 관심 있거나 좋아하는 것을 찾기 시작했고 그것에 빠져들어 위안을 얻었다. 어떤 사람은 운동에, 어떤 사람은 그림 그리기에 열을 올린다. 또 어떤 사람은 아이돌 그룹에 열광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위 모두 디깅 모멘텀의 일종이다. 아주 사소할지라도 누구에게나 디깅의 대상이 있고, 디깅하는 방식도 각자 다르다.
디깅 모멘텀의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이다. 디깅 모멘텀에 진심인 이들은 자신이 잘 아는 것, 자신의 취향이 반영된 것에 몰입하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밤새 줄을 서거나 큰돈을 들여도 아까워하지 않는다. 성취하기 위한 과정에 고난이 따를수록 행복은 더 커진다.
그런데 이 같은 행위가 그저 만족감만을 얻기 위한, 쓸모없는 일일까? 일상과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나의 취미를 건강하게 가꾸는 일은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나의 취향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쌓으며 그를 통해 나 자신을 표현하는 일은 결국 스스로의 자산이 되고 성장의 자양분이 된다. 설령 성장과 관련 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어떠한가. 길고 지난한 인생에서 행복을 얻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