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이야기

제주 5호 아너에서 최초 3대 나눔리더까지,
나눔 명가(名家) 이룬 태선갈비 박종선 대표 가족
“가족과 함께 나눔으로 제 삶이 비로소 완성되었습니다”

160여 건의 기부를 이어온 아버지, 군 월급 전액을 내놓은 아들, 첫돌에 기부자 명단에 오른 손자까지. 대(代)를 이어 참된 나눔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태선갈비 박종선 대표 가족. 제주의 봄날보다 먼저 피어난 이들의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자.

 강은진     사진 이승재, 사랑의열매

그 어려운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사랑의열매> 5월호 표지 모델을 만나러 제주로 향하는 길, 그 어느 때보다 설렘이 앞섰다. 도민들이 입 모아 추천하는 로컬 맛집 ‘태선갈비’의 박종선 대표 가족이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태선갈비는 제주시 이도일동 본점을 시작으로 일도점과 이호테우점까지 꾸준히 매장을 넓혀온 외식 브랜드로, 전지살과 등갈비를 함께 구워내는 양념갈비가 대표 메뉴다. 창업주 가족에게 맛있는 눈도장을 찍는 일은 생각만으로도 반가운 걸음이었다.
“기사에 여러 번 실린 적 있고 인터뷰도 해봤지만, 표지 모델은 선뜻 대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웃음) 가족들과 고민을 좀 했어요. 하지만 사랑의열매 요청인데 어디 거절할 수 있나요. 저희 가족이 나서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봤습니다.”
애써 말을 아끼는 박종선 대표의 소탈한 음성 너머로 선한 눈매가 빛났다. 그 조용한 눈빛 뒤에는 2007년 태풍 ‘나리’ 수해 지원을 시작으로 160여 건의 기부와 2억 원에 달하는 누적 성금으로 쌓아온 헌신이 숨어 있다. 그리고 그 긴 나눔의 궤적은 뜻밖에도 가장 혹독하던 시절의 가난에서 시작되었다.
“태선식당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가게를 열 때 저희 고모님이 보증을 서주지 않으셨으면 시작조차 못 했을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어요. 가게 그릇 하나까지 다 빚으로 마련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도 어려운 어르신이 가게 앞을 지나가시면 갈비 한 근 선뜻 싸드리지 못하는 게 그렇게 애달프더라고요.”
최근 새롭게 문을 연 태선갈비 이호테우점 전경. 이도일동 본점과 일도점에 이은 3호점으로,
감각적 인테리어와 너른 공간으로 가족 단위 고객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아들의 기부, 인생 최고의 감동
박종선 대표는 2007년 태풍 나리 당시, 수해 피해 복구 지원을 시작으로 착한가게와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까지 오랫동안 제주 사랑의열매와 나눔의 동행을 이어왔다. 이 밖에도 지역 어르신 음식 지원 및 재일 제주인 특별 모금, 지역 연계 모금 활동은 물론, 제주 아너 소사이어티 클럽 회장직까지 맡으며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해왔다. 이러한 공로는 2025 나눔국민대상 ‘행복장’ 수상이라는 영예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게 인생 최고의 선물은 따로 있었다. 바로 아들 박태준 대표가 군 복무 시절 모은 월급 전액을 기부한 일이었다.
“공부도 곧잘 해서 육지에 있는 대학으로 갈 참이었어요. 그런데 고3 때 담임선생님이 ‘태선갈비를 이어받아 키우는 게 좋겠다’고 조언을 하신 모양이에요. 그날로 제주에 있는 호텔조리학과로 진로를 틀더니, 제대하면서는 군 월급 전액을 모아 기부를 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게 얼마나 고맙던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가던 박종선 대표가 처음으로 눈시울을 붉혔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기부를 시작했을 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 돈 있으면 낡은 차부터 바꿔라”라는 애정 어린 핀잔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아들의 기부는 그에게 ‘아버지가 걸어온 길이 옳았다’고 인정해주는 가장 강력한 지지였다. 박 대표는 아들 덕분에 비로소 세상 앞에 거칠 것 없이 당당해졌노라 고백했다.
“돈은 가만히 두면 사라지지만,
나눔으로 쓰이면 누군가의 인생에서 다시 피어납니다.
그게 제가 배운 가장 값진 인생의 레시피입니다.”
- 태선갈비 박종선 대표
백 년을 이어갈 맛, 그리고 나눔
아버지의 뒷모습을 이정표 삼아 자란 박태준 대표는 이제 사업뿐 아니라 나눔에서도 제주의 젊은 리더로 주목받고 있다. 군 복무 시절 모은 월급 전액 기부를 시작으로, 아버지와 함께 재난 구호 성금을 기탁하며 독자적인 나눔의 길을 걸어왔다. 특히 2021년 아들 서후 군의 첫돌을 기념해 나눔리더에 가입하면서, 조부모·부모·손자 3대가 모두 이름을 올린 제주 최초의 ‘3대(代) 나눔리더’ 가문을 완성했다. 이러한 공로로 2024년 제주나눔대상 표창을 받기도 했다.
“처음부터 아버지를 이해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아내와 나란히 수상하러 간 자리에서, 어려운 형편에도 이웃을 돕는 분들과 한 무대에 서보니 가슴이 벅차오르더라고요. 비로소 아버지가 왜 이 길을 계속 걸어가시는지 온 마음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를 향한 존경을 표하며 자신을 낮추는 박태준 대표지만, 그가 품은 나눔의 온도는 누구보다 뜨겁다. 아이들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꿈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이것이 태선갈비의 이름을 걸고 지켜나가고 싶은 그의 진짜 ‘맛’이다. 아들의 말을 듣던 박종선 대표의 눈시울이 다시금 촉촉해졌다.
맛도 나눔도 서후 세대까지 이어 백 년 가는 명가를 만들고 싶으냐는 물음에, 박태준 대표는 “기꺼이, 그렇게 된다면 감사한 일”이라며 활짝 웃었다. 함께 나눌 가족이 있어 비로소 삶이 완성되었다는 박종선 대표의 고백 뒤로, 서후 군의 해맑은 미소가 나눔의 내일을 기약한다. 숯불의 온기가 식지 않는 한, 태선갈비의 나눔은 제주의 푸른 미래로 환하게 피어날 것이다.
박종선 대표와 손자 박서후 군. 촬영 내내 열매둥이 인형을
흔들며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한 서후는
이미 이 가족의 가장 어린 ‘나눔 전령사’였다.
박종선·장정실 부부와 박태준·김소라 부부에 이어, 2021년 첫돌을 맞은 서후까지 나눔리더에 가입하며 제주 최초 ‘3대 나눔리더’ 가족이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