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자유기고

나의 자전거 이야기

조 영 준

충남의대 충남대학교병원
들어가며

코로나 사태로 인해 연기되었던 2020년 뚜르드프랑 대회는 기존 7월 초가 아닌 8월 말에 개최되었습니다. 뚜르드프랑은 올림픽과 월드컵 다음으로 큰 스포츠 대회로 대회 중 간 이틀 간의 휴일을 제외하고 21일간 매일 달리고 그 시간을 합산하여 순위를 정하는데, 작년에는 20번째날에서 선두와 약 1분 차이로 역전해낸 21세 슬로베니아 선수인 포가차가 우승하였습니다. 가장 어린 나이의 우승자였으며, 업힐에서도 가장 빠른 선수로 3관왕을 차지하였습니다.

저는 작년부터 여러가지 이유로 예전보다 좀 여유가 생기면서 자전거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자전거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없고 규칙도 잘 모르며 심지 어 아직 클릿을 이용하고 있지 않기에 전문성이라고는 거의 없는 라이더입니다. 자전거 취미 관련하여 글을 이전에도 부탁받았었는데, 이런 고민들로 글을 보내드리지 못했던 것 이 글을 통해 사과드립니다. 최근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좀 업그레이드 되었다 할까요? 이런 생각을 하며 자전거에 대한 제 기억과 몇 가지 생각들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제 기억 속 자전거와의 인연은 국민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을 졸라 삼천리에서 나온 자전 거를 갖게 되면서 부터입니다. 지금과 달리 과외가 없던 시절이니 방과후 여기저기 끌고 다니고 학교에서도 타고 다녔었고 계단도 타고 내려오며 주변 친구들을 깜짝 놀래준 적 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후 대학생이 되어 유럽 배낭여행을 할 때(당시 저는 유레일 패스 와 왕복 비행기표 그리고 총 150만원 정도의 파운드와 프랑만을 환전한 현찰과 여행자 수표가 전부였습니다. 호텔 예약도 없이 역이나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고 다녔으니 거지가 따로 없었죠) 여러 도시를 걸어다니는 것이 너무 힘들어 역 앞에 있는 자전거를 빌려 서 구경을 다녔습니다. 꽤 오래전 이야기지만 자전거 타기가 너무 잘 되어 있었고 멋진 도시 풍경과 맑은 하늘이 지금도 문득 기억이 납니다. 고난과 같았던 배낭 여행 이후 저 는 기차와 자전거는 더 이상 타고 싶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커가며 자전거를 가르쳐 주면서 아이 자전거를 사러 간 김에 제 자전거도 같이 2015년도에 구입하게 되었습니다(같이 타야 쉽게 가르쳐 줄 수 있다는 제 말을 믿어주는 척 넘어가 준 와이프에게 감사합니다). 처음엔 주말 동네 한바퀴와 출퇴근을 시작으로 이후 국내 학회가 개최되는 도시를 갈때 자전거를 가지고 가서 다른 액티비티 시간에 자전거로 그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자전거 옷이 처음엔 많이 부끄러웠으나 차츰 고깃집에서 혼고기도 하고 백화점 식품 코너까지 가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해외학회를 가면서 예전엔 차를 렌트했었으나 2016년 EVRS 모나코 학회부터는 자전거를 렌트하기 시작했습니다(때마 침 EVRS가 열리는 같은 학회장소에서 자전거 학회가 있었습니다). 모나코 니스 왕복 그리고 주변 이탈리아 남부 해안까지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교통 상황과 자연 환경 에 감탄을 하며 자전거를 타지 않고서는 느낄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어 릴 적 타던 자전거에 비해 월등하게 좋아진 자전거 성능, 가벼움과 무엇보다 날씬하게 빠진 자전거의 외모에 깜짝 놀랐었고 드디어 작년 코로나로 인하여 많은 일상이 멈추면서 평소 원했던 로드바이크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2018년 평창 올림픽때 같이 스키 의무지원을 했던 의사들 중 마침 자전거에 흥미를 갖고 있는 분들과 OSSADI라는 모임을 조직하였고 시간이 되는 선생님들과 함께 최근까지도 국내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3주전 제천의 청풍명월코스, 2주전 원주, 그리고 어제는 속리산에서 주말마다 라 이딩을 하고 있습니다. 여럿이 함께하는 경우도 있지만 역시 숲이 우거진 산속 길을 혼자 달릴 때의 느낌이 최고입니다.

사진 1. 자전거인생 지금까지 최고의 샷입니다.

저에게 자전거는 정신적 육체적 힘을 길러주는 동시에 버팀목입니다. 대학생활을 시작한 이후 이 동네를 벗어나지 못하고 유난히 맛집도 없는 이 대학병원 동네가 너무 싫었습니다. 여러가지 일들로 병원 생활도 힘들어질 무렵 병원 바로 뒤에 있는 보문산 내 에 포장이 되어 있는 등산코스와 비포장 도로가 있는 임도코스 등 주중 및 주말에 짬을 내서 탈 수 있는 곳을 발견하였고 이후 우리 병원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시점 에서 여길 떠날 수 없게 만든 가장 큰 이유입니다. 보문산 등산코스는 약 10km로 초반 1km는 꽤 심한 오르막도 있고 시원하게 쏠 수 있는 내리막도 있습니다. 병원 제 방에서 Door to door 45분에 가능하며 자전거를 탈지 말지 고민하는 시간보다 더 짧게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자전거가 취미이긴 합니다만 사실 자전거를 타러 나가는 것보단 방에서 가만히 있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오르막에서의 힘듦을 보상받기 위해 내리막에선 아무 생각 없이 내 달리다 보니 시속 70km의 기록도 있습니다. 자주 오르는 보문산 업힐을 하는 동안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정말 힘들고 잠깐 쉬었다 올라가고 싶은데 “오늘 포기하면 하루 더 늙게되는 내일은 더 힘들텐데 오늘까지만 올라가보자” 라고 생각하여 한발한발 꾹 눌러줍니다. 며칠전까지는 올라갈 수 있었으나 오늘 그리고 내일은 알 수 없다는 겸손도 함께 배우고 있습니다. 작년 6월에는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약 한달간 매일 아침 5~6시에 출근하여 바로 자전거를 타러 나가서 6시 40분까지 한바퀴 돌고 와 서 샤워하고 7시 30분 컨퍼런스나 8시 병원 회의에 들어갔었습니다. 정말 하루도 안빠지고 매일 새벽 자전거를 타던 중 7월 1일 자빠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날 왔던 비때문 에 노면이 미끄러운 상황에서 올라오는 차를 피해 브레이크를 좀 세게 잡았더니 옆으로 확 미끄러지더군요. 당시 너무 아파서 목소리도 안 나오는 데 오전 외래는 잡혀 있고 정 말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보이지 않는 엉덩이 쪽만 다쳐서 상황은 잘 마무리가 되었지만 그날 이후 좀 쉬는 시간을 가지며 안전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좋아하는 운동을 가능한 오랫동안 하기 위해서 부상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작년 6월 한달간 매일 자전거를 타며 슬슬 기록을 매일매일 앞당겨보고자 내리막에서 속도를 많이 냈었습니다. 오르막에서 열심히 밟아 속도를 줄일 생각은 안하고 좀 쉬운 내리막에 서 시간 단축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었죠. 아마 긴 내리막 구간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다 미끄러졌다면 지금 이 글을 못쓰는 상황이 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전거는 위험한 운 동입니다. 사실 모든 스포츠는 어느 정도의 부상을 담보로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항상 조심해야 하고 자만해서는 안되며 특히 시야가 확보 되지 않는 곳에서의 내리막은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자전거 전용도로도 마찬가지 입니다. 자전거 인구가 늘어나며 자전거 도로에서의 사고도 많아진 것 같습니다. 초보자는 초보자대로 선수는 선수대로 그 처한 환경에서 주의하지 않으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 제 주변 자전거로 다친 분들 중 많은 분들은 자전거 전용 도로에서 다쳤습니다. 주변에 자전거 타는 사람들과 전반적인 차량과 보행자들의 흐름을 잘 살펴야 합니다. 자전거엔 브레이크 등이 없기 때문에 앞사람과의 추돌 또는 급정거 때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앞 자전거를 잘 관찰하는 것입니다.

사진 2. 6월 27일 일요일 보은군 청에 차를 주차하고
83km를 돌아다닌 흔적입니다
맺음말

올해 목표가 있습니다. 바이크 매거진이라는 잡지에서 소개한 ‘이번 생에 가야할 로드투어’ 시리즈가 있습니다. 총 15개의 코스가 소개되었으며, 그 중 국내 코스 7곳이 있습니 다. 어제까지 대청호, 영남알프스, 청풍명월, 어라운드 속리산 총 4곳을 방문하였고 올해 안에 7곳 모두 가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장기적인 목표는 두다리로 설 수 있는 그 날까지 페달을 밝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안전한 라이딩이 목표입니다.

2021년 뚜르드프랑이 며칠 전 시작되었습니다. 매일매일 힘들게 달리는 선수들의 모습과 끝 없이 이어지는 프랑스의 멋진 풍경을 보면서, 하루 빨리 유럽의 높은 산을 배경으로 가슴터질 만큼 한발한발 페달을 밟고 올라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래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