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성 철
전 한국포도막학회 회장, 건양의대 건양대학교병원내가 망막분야를 세부전공으로 표방하던 시절(지금도 그러하지만)에 동료들이 “막막한 망막을 전공하니 삶이 어렵겠다” 는 이야기를 하곤 하였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는 “포도막은 참으로 어려워요. 질환을 감별하기가 쉽지 않아요.” 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렇기도 하다. 안과잡지에 흥미로운 증례가 실리는데, ‘요즈음은 증례만을 취급하는 잡지도 있고, 아예 교육적 목적의 증례를 싣거나 증례를 아예 취급하지 않는 잡지도 있다.’ 증례의 상당 부분을 포도막 질환이 차지하는 것을 보아도 포도막 질환의 임상증상이 다양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질병(disease)을 백과사전은 고전적으로 설명하는데, 짧게 인용하면 “질병은 감염성 생물이나 유해물의 침입으로 발생하거나, 생물 내부의 내인성 변화로 인해 일어날 수 있다. 면역반응의 이상으로 자가면역질환이 일어날 수 있는데 이는 외부인자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신체조직에 대해 면역반응이 일어나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로 되어 있다. 염증은 의학의 시작부터 함께 해 온 것으로 노인성질환, 대사성질환, 혈관질환등으로 대표되는 현대의학에서도 중요한 한 축을 형성한다. 포도막염도 그러하다.
포도막은 안구의 중간층으로 각막, 망막처럼 검사자의 눈으로 관찰되는 부위가 아니다. 망막, 각막등에 표현되는 다양한 임상소견으로 포도막을 짐작할 뿐이다. 경우에 따라서 망막맥락막염으로 또는 맥락막망막염으로 기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염증성 질환의 기원이 맥락막인지, 또는 망막의 외층이나 망막색소상피세포인지를 두고도 이견이 분분하였다. 영상기술의 발전은 발생원인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인도시아닌그린 혈관조영술이 맥락막을 관찰하는 것에 도움을 주었고 빛간섭단층촬영(OCT)은 맥락막의 두께와 맥락막혈관을 관찰하기 쉽게 하였고 빛간섭단층촬영 혈관조영술(OCT Angiography)은 맥락막모세혈관의 결손, 혈관의 면적과 맥락막실질의 추정을 가능하게 하였다. 이러한 발전으로 포도막염의 병태에 관한 이해의 폭이 커지고 있다. 진단기술의 발전은 병을 점점 구체화하고 있다. 포도막염의 원인으로 감염이 차지하는 부분이 넓어지고 있으며 림프종 등 가면증후군을 밝혀내는 것도 어렵지 않게 되었다. 포도막 치료의 방법인 국소치료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맥락막이 포도막염의 기원이라면 여전히 전신치료의 중요성도 인지되어야 하며 생물학적 제재의 개발은 치료효과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포도막 치료의 목적이 염증의 기원을 이해하고 조절하며 재발을 없애는 것이라면 여전히 치료의 제한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포도막염은 나라마다의 특색이 있다. 따라서 역학조사도 필요하고 국제학회에서의 교류도 중요하다. 이뿐만 아니라 학회는 진료의 표준을 제시하여야 하고 개발되는 치료에 대하여 보험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하여야 한다. 그동안 포도막학회가 많은 회원들의 노력으로 교과서도 편찬하고 잡지도 발행하는 등 많은 발전을 하였고 앞으로도 변혁의 시대에 큰 역할을 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