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속 한의약
당뇨 치료 위해 주방과 연구실 갖췄다
서울 약연재한의원

글. 김민진, 사진. 홍승진

저마다의 사정으로 찾아온 환자들이 자신의 차례를 초조하게 기다린다. 서로 말은 안하지만, 한시라도 빨리 진료받고 싶다는 눈빛을 주고받는 찰나, 출입문이 열리고 또 다른 환자가 등장하며 북적거림이 더해진다. 도심에 있는 한의원의 평범한 모습이다. 그런데 도심 중의 도심이라는 압구정동에 있는 ‘약연재한의원’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다.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프라이빗한 공간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로 뒤편 골목으로 들어서면 다양한 가게의 간판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음식부터 헤어, 화장, 성형을 비롯한 뷰티, 카페에 이르기까지.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는 간판들 사이로 심플하지만 세련된 디자인을 자랑하는 이름이 눈에 띈다. 약연재. 약을 가는 도구인 약연(藥碾)에 집 재(齋)자를 써서 ‘약을 연구하는 집’이라는 뜻이다. 독특한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간판을 감상하며 안으로 들어선다.
건물 2층에 위치한 한의원 입구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각양각색의 소품들이 반긴다. 토르의 망치, MLB 메이저리거 피규어, 아이언맨 피규어, 레트로 감성 가득한 카세트테이프와 플레이어까지. 모두 한의원보다는 카페에 어울릴 법한 소품들이다. 약연재한의원의 신동진 원장은 “개인 취향이 듬뿍 담긴 디자인”이라며 멋쩍게 웃는다.
“2012년 강남에서 개원할 때부터 한의원 같지 않은 한의원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환자들이 한의원을 카페처럼 편안한 공간으로 느끼길 원했죠. 그래서 집에 있던 장난감들을 하나씩 가져와 장식하다 보니 지금의 모습이 됐습니다.”
카페 같은 공간과 더불어 신동진 원장이 추구한 병원은 사람이 붐비지 않는 한의원이었다. 그는 한의원을 방문하는 환자가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못마땅해 모든 진료를 예약제로 진행한다. 그래서 환자는 혼자 오롯이 약연재한의원의 공간을 만끽할 수 있다. 신동진 원장이 이토록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당뇨 전문 한의원이라는 약연재한의원의 특수성 때문이다. 당뇨의 특성상 환자의 생활 습관과 식습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분석은 필수다. 이 과정이 최소 40분, 길면 1시간 30분까지도 이어지기 때문에 신동진 원장의 초진 시간은 무척 긴 편이다.
“평소 운동은 얼마나 하고,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면밀히 검토하고 분석해야 생활 습관 코디가 가능해집니다. 치료는 3개월 단위로 진행되는데, 영양 분석과 운동요법, 해당환(解糖丸)까지 처방하기에 환자의 객관적인 정보와 특수성을 이해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식습관과 생활 습관으로 당뇨약 끊기

당뇨는 한의학에서 소갈(消渴)이라 부르는 질환으로 혈당을 내리는 호르몬인 인슐린 또는 그에 대한 반응성에 문제가 생기는 대사 질환의 일종이다. 서양의약은 인슐린을 강제로 주입하거나 분비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치료하지만, 한의약은 우회적으로 혈당을 안정시키는 방식을 선택한다. 여기에 더해 약연재한의원에서는 생활 습관과 식습관 개선을 통해 세포 스트레스 없이 당뇨를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02년 개원해 한의원을 운영하던 신동진 원장은 당뇨 진단을 받은 후 자신의 몸을 대상으로 다양한 당뇨 관리 방법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결과, 당뇨 관리의 주요 포인트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약과 멀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인슐린을 주사하든, 당뇨약을 먹든, 의학적인 치료가 진행되면 우리 세포는 어떻게든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생활 습관과 식습관 개선만으로 당뇨를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실험을 통해 알아내고 강남에 당뇨 전문 한의원을 개원하게 됐죠.”
식습관과 생활 습관을 중요시하는 신동진 원장의 신념은 약연재한의원의 인테리어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한의원 안쪽에는 사용 가능한 주방과 실험실이 있다. 직접 표준 식단을 짜주고, 환자가 이를 지키는지 실시간으로 관리해 준다. 신 원장은 한의원 내 주방에서 요리하는 경우도 무척 많다. 정해진 식단을 힘겨워하는 환자를 위해 음식을 만들고, 3개월의 치료가 끝나면 직접 개발한 우엉파스타를 대접하며 졸업을 축하하기도 한다. 실험실은 유전자 분석에 관심이 많았던 신동진 원장의 제2의 연구실이다. 식습관과 체질을 유전적으로 풀이하기 위한 실험실에서 환자의 유전자를 분석하는 작업이 진행되기도 한다. 이러한 정보와 초진을 통해 얻어낸 사실을 기반으로 환자의 체질 분석과 표준 식단을 구성, 본격적인 생활 습관 관리를 진행한다.
신동진 원장은 환자들이 자신을 한의사가 아니라 같은 질병을 성공적으로 이겨낸 환우로 기억해 주길 바란다며 밝게 미소 짓는다. 더불어 당뇨 환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하루빨리 개선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당뇨로 고통받는 모든 환자가 행복한 일상을 맞이하길 바라는 따스한 마음이 담긴 공간, 약연재한의원이다.

# 약연재한의원 해시태그 #

#당뇨 전문 한의원 : 약의 도움 없이 생활 습관과 식습관 개선으로 당뇨를 관리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생활 습관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담당 코디의 밀착 관리로 환자 몸 상태의 변화에 따른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제시, 당뇨약 없이 혈당을 안정화하는 솔루션을 진행한다.

#카페를 닮은 편안하고 안락한 공간 : 북적거리고 한약 냄새 가득한 한의원이 아닌, 깔끔하고 세련된 공간을 자랑한다. 예약제를 통해 최소한의 인원이 여유롭게 진료받을 수 있으며, 시간과 환경이 허락한다면 주방에서 간단히 음식을 섭취할 수도 있다.

#개개인의 유전과 체질에 맞춘 하나뿐인 치료 : 당뇨는 환자의 유전적 경향성과 체질, 식습관과 생활 습관에 모두 영향을 받는 질환이다. 그래서 약연재한의원에서는 천편일률적인 식습관을 제시하는 게 아닌, 환자의 체질과 유전적 경향성, 선호 음식과 생활 패턴을 면밀히 분석해 맞춤형 식단과 생활 습관을 컨설팅한다.

서울 압구정에서 만나는 힐링 스폿

로데오거리_ 베벌리힐스의 로데오거리를 표방하면서 조성된 거리다. 1990년대 초 패션의 중심가로 기능했던 거리로 각종 명품 브랜드 상점과 옷, 구두, 속옷, 액세서리 가게가 모여 있다. 밤에 방문하면 눈부신 네온사인과 활기찬 젊은이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최신 유행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공간이라 독특한 디자인의 건물이 많다.

한류스타거리_ 압구정로데오역 2번 출구에서 청담사거리로 이어지는 대로를 말한다. 이름 그대로 한류 스타들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사람 키만한 곰 인형 조형물에 K-팝 대표 그룹들의 상징 이미지를 더한 ‘강남돌’이 1km 구간에 걸쳐 설치돼 있다. 강남돌을 따라 걸으면 연예기획사가 모여 있는 지역이 등장한다. K-팝에 관심이 많다면 특별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명소다.

삼성해맞이공원_ 영동대교 남쪽에 있는 삼성해맞이공원은 본래 상수원 공급시설이 있던 지역으로, 폐쇄 예정인 구역을 주민 편의공간으로 바꿨다. 해맞이공원이라는 이름대로 멋진 일출을 볼 수 있는 명소지만, 해질녘 고즈넉한 풍경도 매우 아름답다. 전망대에서는 한강 경관과 함께 롯데타워, 올림픽대로 등을 조망할 수 있다. 공원에는 각종 식물들이 식재돼 있어 계절마다 다채로운 경관을 자랑한다.

도산공원_ 1973년 망우리 공동묘지에 안장돼 있던 도산 안창호 선생의 묘소를 이장, 부인 이혜련 여사와 함께 합장하면서 개원한 서울 대표 도심 공원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애국 정신과 교육 정신을 기리는 공원 내에는 동상, 어록비, 비문 해설기 등이 설치돼 있어 그의 정신과 철학을 후세에 전하고 있다.

* 힐링 스폿 사진 출처 _로데오거리·삼성해맞이공원·도산공원_강남구청 / 한류스타거리_비짓강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