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약 人
한의산업 발전 위해 뭉쳤다!
강희정 한국한의산업진흥협회장·
대요메디 대표

글. 오주이, 사진. 전경민

지난해 6월 23일 한국한의산업진흥협회가 창립총회를 열고 발족했다. 한의산업 발전을 위해 원료 한약재, 한약제제, 한의요양기관 부설기관 원외탕전, 의료기기, IT 기업 등 50개사가 힘을 모았다. 설립 첫해에 회장을 맡아 협회를 이끌고 있는 강희정 회장을 만나본다.

한국한의산업진흥협회 설립 배경과 과정이 궁금합니다.

2018년 보건복지부에서 한의산업체 현장 탐방을 진행했습니다. 그때 보건복지부에서 한의 기업들이 정책을 제안하거나, 애로 사항을 개선할 창구가 없다는 것을 알고 그해 가을께 한의산업 CEO 포럼을 열어 교류의 장을 마련해줬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2019년 말부터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모임이 중단됐죠. 2023년 3월 다시 포럼을 열고 한국한의산업진흥협회(이하 협회) 설립을 결정했습니다. 각 분과별 기업 대표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신 덕분에 3개월 만에 창립총회를 개최했습니다.

협회에 대한 기대가 클 것 같은데, 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나요?

처음 협회를 만든다고 했을 때 많은 분들이 아직 없었냐며 놀라시더군요. 산업을 키우기 위해 분야별 상위 기업들이 모두 가입해 협회를 발족한 만큼 의미가 있고 기대도 큽니다. ISO(국제표준화기구)의 TC249, 즉 249번째 테크니컬 커뮤니티가 전통의학입니다. 여기에서 글로벌한 산업 표준을 만드는데, 우리 협회의 구조도 이와 동일하게 만들었습니다. 회원사들이 국내 시장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국제 표준을 따라가거나 또는 자기 표준을 만들어 시장을 확산하기 위한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서죠. 앞으로 협회가 추진할 사업은 크게 다섯 가지입니다. 기업 간 정보 교류와 네트워크 강화, 한의 제품 생산 기업의 역량 강화, 국내외 판로 개척 수출 활성화 지원, 한의 기업 애로 사항 해소, 한의산업 발전을 위한 관계 기관과의 협력체제 구축이 그것입니다

앞으로의 활동을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신다면요?

한의업체가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지원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데, 그 첫 번째가 기업 역량 강화입니다.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해외 인허가 등 기업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합니다. 그다음은 우수 제품 인증인데요. 천연물을 많이 쓰는 한의 제품과 공장 생산 제품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한의 제품만의 인증제도를 만들면, 일반 소비자나 한의사가 믿고 쓸 수 있는 제품의 지표가 될 것입니다. 또 해외 전시회 참가 지원, 식약처에 품목이 없는 의료기기나 의료 제품을 위한 품목 추가 등의 사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회장님께서 운영하고 있는 대요메디는 어떤 회사인가요?

맥 진단 기기를 만드는 연구 중심 회사입니다. 한의의 기본은 맥을 짚는 것인데, 진단이 정확해야 치료를 할 수 있잖아요? 2003년 창업 초기부터 ‘진단기술을 먼저 확립하면 한의약 치료기술이 제 역할을 하고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한의약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이 맥진인데, 이 기계에 대한 국제적 표준이 없었습니다. 대요메디가 국내 전자의료기기 최초로 국제 표준을 만들었죠. 2012년 표준안을 제안해서 2020년 1월 발행됐습니다. 지금도 맥 관련 용어 등 표준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또 맥 짚는 기술을 기반으로 시작했지만 이를 통해 혈관, 혈액, 심장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데요. 이에 전 세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비관혈 가압식 혈류역학 측정 시스템’에 대한 국제 표준을 주도하며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경험이 한의산업의 시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업 경영의 원칙이나 철학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원천기술 확보’ 및 ‘기술과 신뢰로 세계를 선도하자’인데, 이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홍익인간’입니다. 대요메디는 국내 시장만을 목표로 하지 않고 글로벌 기업을 지향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 수준에 맞는 기술을 확보해야 하는데, 기술은 신뢰가 없으면 구축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기술에 대한 자신감, 사용자가 믿을 수 있는 장비라는 신뢰가 어느 정도 다져진 것 같습니다. 직원들끼리 ‘부자 회사’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기술 부자, 신뢰 부자라는 뜻이죠.

한의약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시장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한의사들이 한의 제품을 자신의 소중한 무기이자 툴로 여길 수 있도록 협회가 노력해 나갈 계획입니다. 지난해 12월 한의사 직무 역량 강화 차원에서 협회 주관으로 의료기기에 대한 이해와 사용법 등의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습니다. 이러한 워크숍을 테마별로 진행해 나갈 예정입니다. 한의약 관련 제품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상당히 큰데, 이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정부나 식약처 등 관계 기관들이 이를 인정할 수 있도록 데이터로 기술력을 증명하고, 한의약의 우수한 정체성을 유지한 채 기술과 제품을 현대화해야 합니다. 협회가 앞장서서 이런 부분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회원사들이 참여하면 연구계, 학계, 수요자인 한의사도 동참하게 될 것입니다. 한의약의 진정한 가치를 담은 좋은 제품으로 더 많은 성공 모델을 만들어야겠지요.

협회장으로서 또 대요메디의 대표로서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를 말씀해 주세요.

마침 올해 협회와 회사가 세계 진출이라는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대요메디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나라별 요구 사항을 접목해 신제품을 만들 계획입니다. 또 양방에 쓰이는 전자의료기기 표준 작업을 착실히 진행해서 전 세계 의료기기 시장에 진출하려 합니다. 협회의 주요 테마 역시 한의산업의 해외 시장 진출, 세계화가 핵심입니다. 미국 등에 지회를 설립해서 좀 더 수월하게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한의산업에 대해 비슷한 고민을 해온 회원사들이 힘을 합친 만큼, 더 많은 기업이 협회에 참여해 역량 강화에 힘쓰고 요구 사항을 전달하면 기업과 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초대 회장으로서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의료기기 기업인 대요메디를 운영하고 있어, 전통산업에서 한 발 물러나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또 저희 회사가 오랫동안 연구개발 위주로 성장하면서 정부 기관을 비롯해 식약처 및 연구원들과의 네트워킹이 원활한데, 이런 부분을 잘 활용하라는 의미도 있을 테고요. 이런 이유로 초창기 협회의 틀을 짜고 로드맵을 구상하는 역할을 맡기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 초대 회장으로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